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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평상심(平常心)이 곧 도(道)

출가 전 정치학을 공부했다. 원불교대학교에 편입하니, 교양과목으로 ‘한국사’가 개설되어 있었다. 필자가 수강한 학기에 ‘일제강점기 정치 상황’에 대한 과제발표가 있었다. 이력이 제각각인 동료들에 비해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왜일까. 과도한 자신감, 즉 자만심으로 준비를 소홀히 한 탓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원불교 대학교에서는 일 년에 한 차례 ‘부모님 모시기’ 행사를 한다. 비교적 점잖은 행사지만, 장기자랑 등의 오락성도 가미된 행사였다. 당시만 해도 그런 행사의 사회는 전문가나 끼와 재능이 넘치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학창시절 간간이 학급회의 사회 정도 본 것이 전부인 필자에게는 이런 행사의 사회를 보라는 제안은 지옥에 들어가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출가하면서 무슨 일에든 “No”라는 대답은 하지 않기로 원칙을 세웠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락을 하고 말았다.     쉽게만 보이던 ‘지금부터 부모님 모시기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오프닝 멘트부터 어찌나 어색하던지, 이 간단한 멘트를 100번 이상은 연습한 것 같다. 치밀한 준비 덕에 농담도 섞어가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치긴 했지만, 지금도 제안 당시의 부담을 생각하면 식은땀이 날 정도이다.   대종사께서 험한 고개를 넘으시며 말씀하셨다. “험한 길에서는 일심 공부가 절로 된다. 험한 길에서는 오히려 실수가 적고 평탄한 길에서는 오히려 실수가 많은 것처럼, 어려운 일에는 오히려 실수가 적고 쉬운 일에 도리어 실수가 있기 쉽다. 마음공부 하는 사람은 험하고 평탄한 곳이나 어렵고 쉬운 일에 마음이 한결같아야 매사에 성공할 수 있다.”   불가에 ‘평상심이 곧 도’라는 말이 있다. 평상심이란 본래 ‘조작이 없고 시비가 없고 취사가 없고 단상이 없고 범부와 성인이 없는 것’이란 의미이지만, 쉽게 말하면 ‘특별한 일이 생기기 전 편안한 상태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불가에서는 본래 청정하고 밝은 자성을 회복하여 경계를 당했을 때 자성으로 반조하라고 가르치지만, 자성의 개념이 어려우신 분은 특정 경계 이전의 편안한 마음 상태를 표준 하면 된다.    대종사께서 말씀하셨다. “일 없을 때에 일 있을 때의 준비가 없으면 일을 당하여 당황함을 면하지 못할 것이요, 일 있을 때 일 없을 때의 한가한 심경을 가지지 못한다면 마침내 판국에 얽매인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일 없을 때에는 주로 게으름을 피우고, 일 있을 때는 당황하여 실수투성이인 필자로서는 뜨끔하지 않을 수 없는 법문이다.   일을 당해 쉽다고 자만할 것도, 어렵다고 불안해 할 것도 없고, 일이 없다고 게으름 피울 일도, 준비가 덜 되었다고 당황만 할 일도 아니다. 일의 순서를 잡아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당하여 태연히 행하면 될 뿐이다. 이것이 평상심이 도라 하신 성현들이 본의일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이 어디에도 끌리지 않을 수양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이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평상심 실수투성이인 필자 마음 상태 전부인 필자

2022-09-19

[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할러데이 블루스

11월의 끝자락에 자리한 추수감사절과 그 후로 이어지는 성탄절 그리고 연말연시가 있는 12월은 부산한 계절이다. 감사가 오가고 만찬이 이어지는 들뜬 시절인 한편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대고독이 새삼 절감되는 스산한 계절이다. 할러데이 철이 되면 가족모임과 파티로 들썩이는 사회와는 무관하게 사별한 가족이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적막감 속에 평소보다 더 상실감과 우울을 경험하는 상태를 할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고 한다.     수년간 병원 채플린으로 일하면서 목격한 바로는 장기 입원한 환자들이나 노환을 앓는 이들은 할러데이가 지난 직후나 1, 2월경에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비록 방문하지 않는 가족일망정 어딘가에 자녀나 친지를 둔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마음 상태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기본성향 중 가장 강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갈망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미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합중국 대통령 각하라는 칭호를 선호했고 캐더린 여제는 폐하라고 쓰여있지 않은 편지는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범한 삶을 살다가 인생의 말미에 병상에 누운 사람들에게는 가족과 친지 외에 그 어디에서 인정받기를 기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가족과 친구, 정을 나누고 사는 지인들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자기가 속한 사회, 그룹, 단체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 사업가와 흉악범의 차이는 똑같은 욕구 충족을 위해 다른 방법을 쓰는데 있다는 말이 있다.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불의하고 악한 사람들이 종교의 목적에 헌신하거나 고상한 도덕심을 내세우거나 또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추한 일면을 감추려고 애쓴다고 했다. 유튜브에는 전문성도 책임감도 없는 아마추어들의 이론과 주장, 보여주기와 가르쳐주기 영상들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내용이 인간관계에 대해서나 이성의 마음을 사로 잡는 법 내지는 상대의 마음을 점쳐보는 내용들이다.     오랜 상담의 경험으로 볼 때, 결혼한 사람들과 데이트하는 사람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환상의 존재유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한 사람 사이에서 환상이 깨어지는 것은, 상대방에 대해 가진 환상이라기 보다는 상대가 보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서다. 사랑의 대상으로부터 원해지지 않고 매력 있는 존재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 거듭 확인된다면 더 이상의 설레임이나 기대 또한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연애하는 사이에서도, 상대방을 간절히 만나고 싶어지는 때는 그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 이상으로 그에게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겠는가? 함께 있을 때 기쁨보다 상처, 인정보다 비하감이 더 느껴지는 관계라면 같이 하고 싶은 욕구는 사라져갈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나 실제의 자신과 자기가 원하는 자신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 괴리감을 이해하고 눈감아주려고 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분수를 파악시키려는 실수를 하는 것이 결혼한 커플들의 가장 큰 실책이다.     갈릴레오는 “아무도 남을 가르칠 수 없고, 다만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고 했다. 주제 파악은 본인이 할 때는 미덕이나, 주제 파악을 시키는 것은 어리석거나 오만한 자의 실책일 뿐이어서 결국 정 떨어지는 관계가 되고 만다. 이는 부모나 배우자들이 범하는 가장 빈번한 과오여서 가족이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 되고 만다. 진정한 애정과 사랑은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대를 지금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는 이가 있는가? 장차 할러데이 블루스만큼은 피해갈 일이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www.palmtreechurch.org] 최선주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할러데이 블루스 할러데이 블루스 마음 상태 가족일망정 어디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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